노란집 박완서

 

*책소개

 

2011년 작고한 박완서 작가의 사후에 발표된 작품으로 2013830일에 출간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따님이 원고를 묶어 발간한 책으로 미발표 소설을 수록하고 있다. 300페이지의 분량으로 1장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2001년에서 2002년 계간지 디새집에 소개한 글들이다.

 

*줄거리

 

작가가 살아온 노란집이라는 제목 아래 작가가 노년기를 보내면서 느끼는 삶에 대한 자세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추억하고 곱씹어 보는 따쓰한 글들이 가지런히 놓인 책이다. 1장에서는 노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이 유머스럽게 그리고 소박하게 묘사된 소설이 나온다. 2장부터는 노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의 것들을 그리고 옛 추억을 돌아보는 주옥같은 에세이들이 펼쳐진다.

 

*감상

 

40세 늦깍이로 문단에 등단한 작가. 이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을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남자네 집>,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삶에 지친 젊은이들과 인생의 쓸쓸함을 느끼는 나이든 어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조용한 위로를 건넨 박완서 작가의 사후에 발표된 작품 <노란집>은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었다. 1장의 소설은 사실 노부부의 별볼일 없는 수수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로 인해 재미있게 읽었고 2장부터 시작되는 에세이에서는 우리 나라의 근현대를 살아내며 작가 자신이 경험한 내용들이 생명감 있게 표현되어 있어 관심을 기울여 읽게 되었다. 서울대 문리대에 합격했지만 한국 전쟁이 발발해서 결국은 중단된 학업이며 다시는 갈 수 없게 된 동숭동 캠퍼스에 대한 작가의 아련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와서 나 역시 마음이 짠해졌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송도(개성)에 가서 생필품을 사오던 할아버지의 두루마기 속에 있을 사탕을 기다리느라 이제나 저제나 할아버지가 오실까 잠도 못자던 작가의 어린 소녀적 모습도 사뭇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런 옛 이야기들로 우리의 지친 마음을 녹여주던 노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다시는 접할 수 없데 되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

 

플루언트 조승연

 

*책소개

 

세계문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틈 다양한 국제적 경험과 학문 지식을 갖춘 조승연 작가의 무려 19번째 책이다. 이전의 책들로는 <이야기 인문학>, <공부기술> 등이 있으며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독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은 한문과 중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영국 노팅햄 대학 영어언어학 석사 과정을 원격으로 수학하며 언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

 

*줄거리

 

그동안 영어는 사회적 서열을 구분하는 지표로 여겨 왔고 의사 소통의 도구가 아닌 맹목적인 동경의 대상, 성취의 대상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을 버리고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 영어 공부의 목적과 방법을 바꿀 것을 권하고 있다. 영어권 국가와 영어라는 언어,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무작정 동경하고 있지만 그들의 쓰는 영어라는 언어를 유발시키는 그들의 사고 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하지 않은 영어 학습자들이 많다. 이 책은 하루에 단어 50개를 외우는 것 보다 영어적 사고 방식을 이해할 것을 강조한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힌 선입견과 우리만의 방식을 버리고 해당 외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언어는 문화의 산물이자 문화의 기반위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속성을 가진만큼 문화 독해력을 기르는 일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서양 철학에 대한 지식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감상

 

요즘 시중에 나오는 영어를 잘하는 비결에 대한 책들과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이 책의 부제인 영어 유창성의 비밀에 이끌려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실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듯 하다. 이 책은 하나의 영화를 골라 100번을 보면 영어를 잘 하게 된다는 식의 비결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외국어를 공부함에 있어 우리에게 결핍된 태도를 지적하며 그 태도를 갖출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또한 영어가 어려운 이유가 영어권 사람들과 우리 나라 사람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방식이 다름을 알려주는 그러한 책이다. 주소를 표기할 때 넓은 장소에서 작은 장소로 표기하는 우리의 방식과는 달리 작은 장소에서부터 넓은 장소로 나아가는 영어권 사람들의 방식 또한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영시를 읽는 것이 이러한 다른 사고 방식을 갖추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신선했다.

 

붉은 손가락 히가시노 게이고

 

*책소개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2007720일 국내에 출간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그러하듯 이 소설 역시 섬세한 플롯과 반점의 감동을 선사하며 300쪽의 분량으로 부담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다. <기린의 날개>, <라플라스의 마녀>,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매력을 갖고 있는 그러면서 또한 심금을 울리고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줄거리

 

어린 소녀의 살해 사건을 중심으로 세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기 바쁜 아키오 가족, 이야기를 이끌며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신참 형사 마쓰미야 가족 그리고 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투병중인 아버지와 왕래조차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냉철하고 노련한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가족이다. 조명회사에서 근무하는 중년 가장인 아키오는 자신의 아들 나오미가 소녀를 살해했다는 말을 아내에게서 듣고 경찰서로 가서 자수할 것을 생각하며 권하지만 나오미를 감싸려는 아내 야에코에게 설득당해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마쓰미야 형사의 끈질긴 수사에 의해 강력한 용의자로 지명되자 아오키 가족은 함께 살던 아오키의 노모를 끌어들여 막무가내이고 살해 후에도 반성없이 게임에만 몰두하는 철없는 아들 나오미를 보호하려 한다.

 

*감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붉은 손가락을 뒤늦게 읽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책 표지도 섬뜩한 붉은 색이고 그 위에 그려진 하얀색의 손가락에는 붉은 색의 무언가가 묻어 있다. 누구라도 피라고 생각했을 그 무언가가 사실은 붉은 색의 루즈이며 왜 루즈를 묻힌 손이 등장하는지는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철없고 개념없는 사춘기의 한 남학생이 어린 소녀를 유인해서 살해를 저지르고 정작 본인은 죄책감도 못느끼며 게임에만 몰두한다. 이런 아들도 아들이라고 무조건 보호하고 지키려하는 잘못된 모정과 그것에 설득당해 자신의 노모를 이용하는 중년의 가장. 이 모든 정황들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지키기보다는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가 바르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저항할 방법을 찾던 노모와 붉은 루즈. 읽으면서 마음도 아프고 반전은 슬프기만 했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가장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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