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3년 겨울, ‘작가세계에 중편 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한 젊은 작가의 작품집이다. 그 다음해에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진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는 7편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실려 있다. 201674일에 출간되었으며 296페이지의 분량이다.

 

*줄거리

 

국적도 언어도 다른 타인과의 소통과 이해라는 주제를 기조에 두고 있는 <쇼코의 미소>, 베트남 전쟁에서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봐야했던 응웬 아줌마와 전쟁을 사이에 두고 대립할 수 밖에 없는 두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신짜오, 신짜오>, 상대의 고통을 함께 할 자신이 없어 애써 무정함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만난 케냐의 청년, 한지와의 만남과 그리고 허무한 이별을 그린 <한지와 영주>, 세월호 시위 현장인 광화문으로 향하게 되는 한 중년 여인의 이야기인 <미카엘라> 등의 주옥과도 같은 작품들이 한 알 한 알 정성껏 수놓아져 있다.

 

*감상

 

작년 여름, 작은 서점 앞에 서 있던 칠판에는 ‘1. 쇼코의 미소 최은영이라고 적혀 있었다. 작가의 이름도 작품의 이름도 생소했지만 꼭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이름들이었다. 반디앤루니스 서점에 서서 왜 난 번번이 안될까하며 절망하던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작가가 되었고 그야말로 젊은 작가이지만 진중하고 신중한 문체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멍하게 만들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젊다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책소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제 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18년간 아르바이트를하고 있는 작가가 쓴 소설로 시상식이 있었던 날에도 편의점에서 일했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16111일에 국내 출간되었으며 204페이지의 부담없는 분량이다.

*줄거리

 

36살의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대학 졸업 후 취직 한번 못해보고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 편의점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마음의 위안과 안정감 덕분에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심지어 힘든 일을 겪어도 방황하는 대신 편의점 일을 더욱 열심히 함으로써 마음의 평정을 찾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런 게이코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수근대기 시작하고 게이코는 부당한 오해마저 받게 된다. 이러한 게이코 앞에, 백수인데다 월세가 밀려 살던 집에서도 쫒겨나고 항상 불평불만만 가득한 시라하가 나타나 그녀의 삶을 조금씩 흔든다. 집이 필요한 시라하와 주변 사람들의 따끔한 시선에서 벗어날 장치가 필요한 게이코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데 동의한다.

 

*감상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하다.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조금씩 소설을 써온 작가의 삶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진다. 오래 머무르기엔 다소 좁은 공간인 편의점에서 하루 종일 계산을 하고 물량을 확인하고 청소를 하고 게다가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을 18년간 하고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특별할 것 없는 주인공의 그저 그런 일상이 슬프지도 않게 묘사되어 오히려 조금 서글퍼졌다.

 

 

*책소개

 

우리 나라 작가인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수여받아 낯설지 않은 이름의 문학상인 영국 맨부커상 수상작이다. 현재 영문학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명인 줄리언 반스가 쓴 소설로 국내 출간일은 2012326일이며 268페이지의 비교적 길지 않은 작품이다.

 

*줄거리

 

아내와 이혼한 채 인생의 노년기에 접어든 토니에게 어느 날 편지 한통이 배달된다. 편지의 내용은 토니가 대학생 때 사귀었던 베로니카의 어머니인 사라 포드가 죽으면서 남긴 유산 상속에 관한 내용이었다. 토니 앞으로 이드리안의 일기장과 현금 500파운드를 상속한다는 편지에 토니는 아련한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고 이드리안에 얽힌 추억을 끄집어낸다. 이혼한 아내와는 친구처럼 지내는 다소 눈치없고 쿨한 토니와 치기어린 고등학생 시절, 그리고 묘한 매력을 발산하던 베로니카와 사귀던 대학생 시절이 교차하여 전개되는 소설이다. 냉철하고 차갑지만 비범하고 지성미 가득한 전학생 이드리안과 친해져 곧잘 어울리게 된 토니는 대학생이 되어 자신이 사귀던 베로니카와 사귀게 되었다며 미안해하는 이드리안의 편지를 받게 된다. 분노를 억누르고 걱정도 팔자다, 난 괜찮으니 잘 사귀어라.” 라는 내용의 답장을 쓴다. 아니 썼다고 믿었다. 그 후로 얼마 안 있어 이드리안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드리안이 베로니카를 임신시켜 절망한 나머지 자살했다고 오해하게 된 토니는 상속받은 이드리안의 일기장을 받기 위해 베로니카와 재회하게 되고 먼 옛날 자신이 이드리안에게 보냈던 답장 편지를 다시 받고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또한 베로니카를 미행하던 중 그녀가 돌보던 지능이 부족한 한 젊은 남자, 이드리안을 쏙 빼 닮은 그 남자가 베로니카의 동생임을 알게 된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베로니카와 사귀던 시절, 그녀의 집에 초대받아 머물렀을 때, 베로니카의 엄마인 사라 포드가 흘리던 유혹적인 미소와 여지를 남기는 듯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된다.

 

*감상

 

좋아하는 작가인 김연수, 김영하가 강력 추천한다는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도끼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이 소설을 다시 읽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부분의 반전과 개인의 기억의 오차 범위가 그렇게 넓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먼 훗날 기억하지 못할 무심코 퍼부은 말 한마디가 갖는 위력,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한 동안 멍하게 했던, 베로니카는 지금 심정이 어떨지, 토니는 또 얼마나 경솔했는지를 걱정해야 했던 소설이었다. 이 모든 가능성 있는 이야기들을 건조하지만 차갑지는 않게 펼쳐낸 줄리언 반스의 능력이 정말 탁월함을 느꼈다. 최근에 개봉한 동명 타이틀의 영화 역시 최고였고 인생작으로 길이 남을 것 같다.

 

*책소개

 

뉴베리 수상작으로, 환타지와 로맨스, 그리고 신데렐라를 각색한듯한 익숙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최근 미라맥스에서 영화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 헤더웨이가 Ella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199891일에 출간되었으며 240페이지의 분량이다.

 

*줄거리

 

태어날 때 요정 Lucinda에게 선물을 받게 된 주인공 Ella. 그 선물은 다름 아닌 다른 사람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감기를 치료해줄, 동물의 털이 들어간 수프를 먹지 않아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는 달리 이것도 명령이라 생각하여 복종하기 위해 수프를 먹고 살아난 Ella는 딸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딸을 이용하여 재산을 늘리려하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가 재혼한 계모 및 두 이복 자매에게 시달림을 당한다. 이런 Ella에게 그나마 즐거움이 있다면 왕자의 관심과 구혼인데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 같지 않은 선물로 인해 Ella는 구혼을 거절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만히 자신의 운명을 받들기 보단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 Ella는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저주를 깨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감상

 

신데렐라가 소심하고 수동적인 이미지라면 Ella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이미지였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복종해야만 하는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고 길을 떠날 줄 알았던 Ella. 하지만 그런 Ella의 가장 큰 매력은 원하는걸 모두 쟁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저주로 왕자와 백성을 해치게 될까봐 왕자의 진심어린 구혼을 찢어지는 마음으로 거절하던 Ella에게 진짜 선물다운 선물이 찾아오게 된다. Ella 역할에 그야말로 딱일 것 같은 앤 헤더웨이가 출연한 영화도 꼭 한번 봐야지 싶다.

 

 

 

*책소개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와 같은 매혹적인 소설을 발표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호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의 장편소설이다. 다른 작품들처럼 이 소설 역시 감각적인 문체, 짜임새 있는 구성, 매력적인 스토리가 돋보인다. 2015315일에 국내 출간되었으며 536페이지의 분량이다.

 

*줄거리

 

남편이 자신이 죽으면 열어보라는 편지를 고심한 끝에 미리 열어보고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는 세 딸을 가진 세실리아, 베스트 프렌드이자 쌍둥이 자매처럼 친하게 지냈던 사촌과 자신의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는 테스 그리고 30년 전 살해당한 딸의 범인을 잡지 못해 고통 속에 살아가는 레이첼이라는 세 명의 인물에 대한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본 세실리아는 남편이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결혼 생활의 위기를 맞게 된다. 하나뿐인 딸 자니가 17살에 동네 놀이터에서 목졸려 죽임을 당한 뒤 가장 의심이 가는 용의자를 차로 치여 죽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은 레이첼 역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남편의 불륜으로 분노하던 테스는 옛 연인을 만나 3일만에 격정적인 관계에 휩싸이게 된다. 처음에는 각자가 처한 고민과 상황을 이야기하던 이들이 어느덧 같은 공간, 서로의 삶 속에 얽히면서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고, 알쏭달쏭한 퍼즐을 맞추듯 그 사건을 증폭하고 확장하는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한다.

 

*감상

 

2년 전, 카페의 안락한 의자나 리조트의 선베드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의 손에 죄다 이 소설이 들려있는 걸 보고 오히려 별로 읽고 싶어지지 않았던 기분이 들었다. 오묘한 초록색 표지와 그 표지 위에 그려진 유리병, 또 그 안에 들어있는 붉은색의 나비까지. 별로 기분 좋은 소설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웬걸,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빌려준 직장 선배로 인해 이 소설의 몇 페이지를 읽고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수명이 다해 음침한 불빛을 내는 독서등까지 꺼내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한 편의 미스테리어스하고 감동적인 미국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던 내게 직장 선배는 그 책, 참 동양적인 사고가 녹아있는 소설 아니었어?” 라는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당연히 이유를 묻는 내게 인과응보의 정신이 살아 있잖아라는 뒤통수를 치는 한 마디가 날아왔다. 아하, 그렇구나.

 

 

노란집 박완서

 

*책소개

 

2011년 작고한 박완서 작가의 사후에 발표된 작품으로 2013830일에 출간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따님이 원고를 묶어 발간한 책으로 미발표 소설을 수록하고 있다. 300페이지의 분량으로 1장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2001년에서 2002년 계간지 디새집에 소개한 글들이다.

 

*줄거리

 

작가가 살아온 노란집이라는 제목 아래 작가가 노년기를 보내면서 느끼는 삶에 대한 자세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추억하고 곱씹어 보는 따쓰한 글들이 가지런히 놓인 책이다. 1장에서는 노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이 유머스럽게 그리고 소박하게 묘사된 소설이 나온다. 2장부터는 노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의 것들을 그리고 옛 추억을 돌아보는 주옥같은 에세이들이 펼쳐진다.

 

*감상

 

40세 늦깍이로 문단에 등단한 작가. 이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을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남자네 집>,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삶에 지친 젊은이들과 인생의 쓸쓸함을 느끼는 나이든 어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조용한 위로를 건넨 박완서 작가의 사후에 발표된 작품 <노란집>은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었다. 1장의 소설은 사실 노부부의 별볼일 없는 수수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로 인해 재미있게 읽었고 2장부터 시작되는 에세이에서는 우리 나라의 근현대를 살아내며 작가 자신이 경험한 내용들이 생명감 있게 표현되어 있어 관심을 기울여 읽게 되었다. 서울대 문리대에 합격했지만 한국 전쟁이 발발해서 결국은 중단된 학업이며 다시는 갈 수 없게 된 동숭동 캠퍼스에 대한 작가의 아련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와서 나 역시 마음이 짠해졌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송도(개성)에 가서 생필품을 사오던 할아버지의 두루마기 속에 있을 사탕을 기다리느라 이제나 저제나 할아버지가 오실까 잠도 못자던 작가의 어린 소녀적 모습도 사뭇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런 옛 이야기들로 우리의 지친 마음을 녹여주던 노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다시는 접할 수 없데 되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

 

플루언트 조승연

 

*책소개

 

세계문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틈 다양한 국제적 경험과 학문 지식을 갖춘 조승연 작가의 무려 19번째 책이다. 이전의 책들로는 <이야기 인문학>, <공부기술> 등이 있으며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독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은 한문과 중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영국 노팅햄 대학 영어언어학 석사 과정을 원격으로 수학하며 언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

 

*줄거리

 

그동안 영어는 사회적 서열을 구분하는 지표로 여겨 왔고 의사 소통의 도구가 아닌 맹목적인 동경의 대상, 성취의 대상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을 버리고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 영어 공부의 목적과 방법을 바꿀 것을 권하고 있다. 영어권 국가와 영어라는 언어,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무작정 동경하고 있지만 그들의 쓰는 영어라는 언어를 유발시키는 그들의 사고 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하지 않은 영어 학습자들이 많다. 이 책은 하루에 단어 50개를 외우는 것 보다 영어적 사고 방식을 이해할 것을 강조한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힌 선입견과 우리만의 방식을 버리고 해당 외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언어는 문화의 산물이자 문화의 기반위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속성을 가진만큼 문화 독해력을 기르는 일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서양 철학에 대한 지식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감상

 

요즘 시중에 나오는 영어를 잘하는 비결에 대한 책들과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이 책의 부제인 영어 유창성의 비밀에 이끌려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실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듯 하다. 이 책은 하나의 영화를 골라 100번을 보면 영어를 잘 하게 된다는 식의 비결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외국어를 공부함에 있어 우리에게 결핍된 태도를 지적하며 그 태도를 갖출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또한 영어가 어려운 이유가 영어권 사람들과 우리 나라 사람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방식이 다름을 알려주는 그러한 책이다. 주소를 표기할 때 넓은 장소에서 작은 장소로 표기하는 우리의 방식과는 달리 작은 장소에서부터 넓은 장소로 나아가는 영어권 사람들의 방식 또한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영시를 읽는 것이 이러한 다른 사고 방식을 갖추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신선했다.

 

붉은 손가락 히가시노 게이고

 

*책소개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2007720일 국내에 출간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그러하듯 이 소설 역시 섬세한 플롯과 반점의 감동을 선사하며 300쪽의 분량으로 부담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다. <기린의 날개>, <라플라스의 마녀>,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매력을 갖고 있는 그러면서 또한 심금을 울리고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줄거리

 

어린 소녀의 살해 사건을 중심으로 세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기 바쁜 아키오 가족, 이야기를 이끌며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신참 형사 마쓰미야 가족 그리고 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투병중인 아버지와 왕래조차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냉철하고 노련한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가족이다. 조명회사에서 근무하는 중년 가장인 아키오는 자신의 아들 나오미가 소녀를 살해했다는 말을 아내에게서 듣고 경찰서로 가서 자수할 것을 생각하며 권하지만 나오미를 감싸려는 아내 야에코에게 설득당해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마쓰미야 형사의 끈질긴 수사에 의해 강력한 용의자로 지명되자 아오키 가족은 함께 살던 아오키의 노모를 끌어들여 막무가내이고 살해 후에도 반성없이 게임에만 몰두하는 철없는 아들 나오미를 보호하려 한다.

 

*감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붉은 손가락을 뒤늦게 읽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책 표지도 섬뜩한 붉은 색이고 그 위에 그려진 하얀색의 손가락에는 붉은 색의 무언가가 묻어 있다. 누구라도 피라고 생각했을 그 무언가가 사실은 붉은 색의 루즈이며 왜 루즈를 묻힌 손이 등장하는지는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철없고 개념없는 사춘기의 한 남학생이 어린 소녀를 유인해서 살해를 저지르고 정작 본인은 죄책감도 못느끼며 게임에만 몰두한다. 이런 아들도 아들이라고 무조건 보호하고 지키려하는 잘못된 모정과 그것에 설득당해 자신의 노모를 이용하는 중년의 가장. 이 모든 정황들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지키기보다는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가 바르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저항할 방법을 찾던 노모와 붉은 루즈. 읽으면서 마음도 아프고 반전은 슬프기만 했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가장 추천해주고 싶다.

 

 

기린의 날개 히가시노 게이고

 

*책소개

 

일본에서 발표된 그 해의 가장 우수한 추리 작품에 수여되는 에도가와 란포상 및 일본의 뛰어난 대중 문학 작품에 수여되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로 국내에는 201726일에 출간되었다. 420쪽 분량으로 예전 작품들인 <붉은 손가락>,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과 같이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를 선사한다.

 

*줄거리

 

도쿄의 니혼바시 다리 중간에 날개가 달린 기린 조각상 밑에서 중년의 한 사내가 칼에 찔린 채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용의자는 교통사고로 두 시간 후 의식 불명 상태에 처하게 된다. 사망한 남자는 건축 부품 제조 회사의 본부장인 아오야기 다케아키로 밝혀지고 의식을 잃은 용의자는 피해자가 다니던 회사의 계약직 근로자로 6개월 전 일하던 도중 현장 사고로 다친 후 산재 처리도 받지 못한 채 부당하게 해고당한 직원이었다. 이로 인해 용의자는 피해자에게 원한을 갖을 수 밖에 없었고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경찰은 마무리 짓고자 하지만 냉철한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다른 관점에서 수사를 시작하고 피해자가 생전에 니혼바시 일대의 신사를 돌며 자신이 접은 종이학을 바치고 누군가를 애도하며 속죄의 기도를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피해자의 죽음 앞에서 조금씩 변하는 피해자 아들의 태도와 몇 년 전 아들이 다니던 학교 수영부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까지 더해져 복잡하고 미묘한 정황들이 더해진다.

 

*감상

 

기린의 날개라니 다소 엉뚱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강력한 용의자가 사건 후 2시간만에 의식을 잃고 결국에는 죽어버린 상태에서 전개되는 추리 소설이라니 신선하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갈지 궁금하기도 했다. 다소 두꺼운 책이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틀 만에 읽어버리게 만든 엄청난 흡입력에 감탄했을 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의 매력은 추리 그 자체보다는 추리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간 관계의 따뜻함에 있다는 점인데 이번 소설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냉철하지만 마음 속 깊이 이러한 따뜻함을 품고 있을 것 같은 가가 교이치로 형사의 활약이 돋보이는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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